[현장탐방] 우리가 ‘버린다’고 플라스틱이 사라지는 것일까?

서울 성수동에서 선보인 이케아의 고민의 흔적, 이케아 랩(IKEA Lab)

조지연 기자 | 기사입력 2020/11/17 [17:54]

[현장탐방] 우리가 ‘버린다’고 플라스틱이 사라지는 것일까?

서울 성수동에서 선보인 이케아의 고민의 흔적, 이케아 랩(IKEA Lab)

조지연 기자 | 입력 : 2020/11/1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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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케아랩 1층에는 낙엽과 풀더미 위에 얹어 있는 형태의 의자가 '플라스틱이 땅에 묻히면 어떻게 될까'에 대한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 조지연 기자

 

“우리가 ‘버린다’는 행위를 한다고 ‘그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죠. 어딘가로 가야만 합니다. 그래서 IKEA는 플라스틱을 버리는 대신 새로운 형태로 만드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지난 5일, 서울 성수동에는 세계 최초로 한 기업의 실험실이 대중들에게 공개됐다. 실험실의 이름은 ‘이케아 랩’(IKEA Lab)이다. 이케아는 2021년을 ‘지속가능성의 해’로 선포하고 도심 속에서도 누구나 지속가능성을 체험해볼 수 있게 하기 위해 서울 성수동에 이케아 랩을 설치했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이케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저렴한 가격에, 실용적인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을 구매할 수 있는 브랜드’다. 그런 이케아에서 환경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지난 13일 방문한 이케아 랩 역시 이케아가 환경을 위해 생각했던 고민의 흔적들을 여실히 살펴볼 수 있는 체험형 공간이었다. 그렇다면 이케아에서 한국 소비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 이야기들은 무엇이었을까. 

 

914㎡ 규모, 평수로는 약 276.5평에 달하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이케아가 보여주고자 한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글의 흔적을 따라가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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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케아 랩의 밖에 조성된 공원의 식수대 중 일부에서 '샘이 마르고 나서야 물이 귀한 줄 안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 조지연 기자

 

▲ 이케아 랩 입구를 수놓은 속담, ‘샘이 마르고 나서야 물이 귀한 줄 안다’

 

간단하게 이케아 랩 건물을 먼저 살펴보면, 이케아 랩은 914㎡ 규모의 2층 건물이다. 1층에는 △이케아 푸드 랩 △체험형 팝업(pop-up) 코너 △샵(shop), 2층에는 △쇼룸(showroom) △내부 디자인 사무실(Interior design office)로 공간이 나뉘어 있다. 

 

이케아 랩 건물에 들어서기에 앞서 주변을 돌아보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바로 ‘식수대’다. 넓은 공원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십여 개의 식수대 곳곳에는 이케아가 찾은 ‘식수’에 대한 철학이 초록색 동그라미 안에 담겨 있다. 

 

이케아에 따르면, 흔히 마실 수 있는 물이라고 부르는 ‘담수’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3%도 채 되지 않는다. 이케아는 물 소비량을 줄일 수 있는 주방과 욕실 수도꼭지를 개발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케아의 철학은 간단했다. 

 

‘과소비로 샘이 마르고 나서야 물이 귀한 줄 알지 말고, 샘이 마르기 전에 아껴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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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 곳곳에는 이케아가 추구하는 순환적인 솔루션에 대한 대안과 고민의 흔적들이 담겨져 있다.  © 조지연 기자

 

▲ 환경과 사람, 동물의 윤리적인 공존에 대한 탐색을 담은 ‘포스터들’과 그에 대한 해답을 담은 제품들 

 

이케아 내부에 들어서면 벽면 곳곳에 다양한 포스터가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포스터에는 이케아의 △환경 △사람 △동물의 공존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3R(Repair․Reuse․Recycle)을 이야기하는 녹색 포스터에는 고객들이 제품을 더 쉽게 고쳐 쓰고, 다시 쓰고, 오래 쓸 수 있는 순환적인 솔루션을 시험하고 있다는 이케아의 가치 철학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러한 이야기는 이케아 1층에서 자세하게 다뤄진다. 

 

1층에 위치한 체험형 팝업 코너에서는 이케아가 순환적인 솔루션을 △무엇으로 △어떻게 △왜 진행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면, 그 옆의 샵에서는 이러한 고민의 흔적으로 만들어진 이케아의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재배농가의 농부들이 농약으로부터 스스로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선에서 수확된 솜은 이케아에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순면 제품들로 제작됐다. 하루에 무려 1m가 자랄 수 있는 대나무는 물에 강하고, 오래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 소재로 선점돼 이케아의 원목 가구들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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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길을 들어서면, 이케아가 디자인한 16-17세기 유럽 스타일의 공간에 가닿을 수 있다.  © 조지연 기자

 

▲ 16세기 유럽의 클래식 스타일부터 유행 타지 않는 20세기 중반 스칸디나비아 디자인까지, 이케아가 선보인 지속가능한 디자인들: 과거 편

 

친환경 소재의 가구라고 핫(hot)하지 말란 법 있는가. 2층에는 이케아가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자사 제품과 재활용 소재’들을 활용한 디자인 공간들을 둘러볼 수 있는 쇼룸(showroom)이 마련되어 있다. 모던한 현대의 분위기부터 이국적인 색감의 공간까지, 비록


쇼룸은 하나였지만 다양한 디자인 공간이 마련되어 발걸음 하나하나가 전부 시선을 사로잡았다. 

 

입구에 들어서면 깔끔하고 정갈한 느낌의 파티 테이블이 방문객을 반겨준다. 테이블 위에 정갈하게 세팅된 식기와 그릇, 컵 등은 마치 방문객이 쇼룸으로 초대를 받은 것만 같은 착각에 들게 한다. 길게 늘어진 파티 테이블을 양방향에 두고 각자 다른 느낌의 길이 펼쳐진다. 한쪽에는 과거로의 회귀가, 또 다른 쪽은 현대의 감성이 그대로 전해진다. 

 

과거로 회귀하는 길목에는 재활용된 듯한 얇은 천들이 천장을 가득 에워싼다. 천들이 가득한 길은 마치 동굴처럼 보이기도 한다. 길목에는 화려한 패턴 무늬와 △빨간색 △보라색 △아이보리색 등으로 따뜻한 색감을 낸 가구들이 가득하다. 푹신한 소파와 크리스마스를 떠오르게 하는 트리, 대나무로 만든 가벼운 원목의자들은 한층 더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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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세기에서 17세기에 유행했던 고풍스러운 유럽 스타일을 모티브로 제작된 공간의 모습.   © 조지연 기자

 

조금 더 안쪽에는 고풍스러운 느낌의 가구들이 식물들과 얽혀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열리는 소파 안에는 솜이 아닌 넝쿨 식물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채광 아래 놓인 침대 위 샹들리에에는 장미꽃이 화려함을 돋보이게 한다. 찬장 안에는 오래된 엔틱 시계가 멈춰져 있어 빈티지함을 자아낸다. 

 

이케아에 따르면, 이 스타일들은 16세기와 17세기에 유럽에서 유행했던 인테리어에서 영감을 받았다. “디테일에 특별히 초점을 맞춘 장식이 이 스타일의 특징”이라는 이케아의 설명처럼 공간 곳곳에는 화려하지만 조화롭고 따뜻한 느낌의 소재들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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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 빛이 가득한 공간은 관람에 지친 관객들의 쉼터가 되기 충분했다.  © 조지연 기자

 

▲ 16세기 유럽의 클래식 스타일부터 유행 타지 않는 20세기 중반 스칸디나비아 디자인까지, 이케아가 선보인 지속가능한 디자인들: 현재 편

 

과거의 감성을 충분히 느꼈다면, 이제 현대의 감각을 느낄 때다. 다시 파티 테이블의 반대편으로 들어가면 전체적으로 화이트-블랙, 브라운 계열의 가구들로 배치된 20세기의 공간에 가닿을 수 있다. 

 

전체적으로 노란 계열의 빛이 가득한 공간은 관람객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쉼터였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연등처럼 둥그런 불빛 아래에서 관람객들은 가져온 책을 읽거나 가만히 앉아서 혼자만의 휴식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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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모던 스타일에서 착안한 이 공간은 흰색 화분들이 햇볕을 받아 더 싱그럽게 빛나 보인다.  © 조지연 기자

 

햇볕을 가득 받을 수 있는 창가에는 흰색 화분들이 줄지어서 볕을 쐬고 있었고, 그 옆은 화이트로 도배된 주방이 자리했다. 안쪽에 마련된 작은 방으로 들어가면 소파가 몇 개 나열되어 있는데, 모두 문을 등지고 설치되어 있어 들어오는 이들의 시선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느낌을 받았다.

 

이케아는 이 공간들을 “20세기부터 현재까지 현대인들에게 사랑받은 현대적인 디자인을 조합한 것”이라면서 “일부 공간은 유행을 타지 않는 20세기 중반의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반영한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공간의 특징으로 이케아는 △어디에나 어울리는 디자인 △소재와 질감의 풍부함 △우아하고 세련된 감성을 예시로 들었는데, 전시장은 거기에 모던한 가로 타입의 가구와 장식용품들을 더해 넉넉한 느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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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케아가 세계 최초로 자사의 실험실 '이케아 랩'을 서울 성수동에 설치한 데에는 우리나라의 널리 보급된 재활용 문화와 새로운 관념에 대해 받아들이는 자세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조지연 기자

 

입구의 식수대부터 2층의 쇼룸까지, 이케아 랩이 우리에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시 한번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가 버리는 행위를 한다고, 그것이 정말 사라지는 것일까. 어딘가에 묻힐 그것들을 버리지 않고 다르게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일까.” 

 

플라스틱을 재활용해서 우리가 버린다고 한들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이물질이나 색상 유무 등을 이유로 땅에 묻힌다. 대부분의 사람이 잘 인지하고 있듯이 플라스틱이 땅속에서 썩어 없어지려면, 약 50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그럼 뭐든 버리지 않으면 되는 것일까. 

 

그런데 이 의문은 조금 의아하다. 버리지 않아도 쓰임새가 없으면 집안에서 그것의 존재는 그저 버리지 않은 쓰레기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케아가 추구하는 ‘오래 쓸 수 있고, 고쳐 쓸 수 있고, 그 끝에는 재활용도 할 수 있는’ 가구의 개발은 지속가능성을 바라보는 미래에 가장 중요한 자산이 아닐 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뉴덕트=조지연 기자]

뉴덕트 /
조지연 기자
jodelay@confa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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