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020 코리아세일페스타 현장 가니 ‘추위에 떠는 상인들’과 ‘할인에 지친 소비자들’ 뿐

코로나 직격탄에 ‘빈 지갑’‧트렌드에 안 맞는 ‘소비진작=할인’ 공식, 소비자들의 마음 열 수 있을까

조지연 기자 | 기사입력 2020/11/06 [20:54]

[르포] 2020 코리아세일페스타 현장 가니 ‘추위에 떠는 상인들’과 ‘할인에 지친 소비자들’ 뿐

코로나 직격탄에 ‘빈 지갑’‧트렌드에 안 맞는 ‘소비진작=할인’ 공식, 소비자들의 마음 열 수 있을까

조지연 기자 | 입력 : 2020/11/06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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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스 뒤편에서 참가업체 관계자들끼리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 조지연 기자

 

“여기도 시식 가능한데, 부담 갖지 마시고 시식하고 가세요!” 

 

손을 꽁꽁 얼게 만드는 겨울바람에도 물건을 판매하는 이들의 표정만큼은 밝다. 지난 4일 방문한 행복한 백화점 목동점 1층 야외 행사장 현장에는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중소기업 관계자들의 노력이 역력했다. 이미 코로나19로 활기를 잃은 지 오래된 소비시장에서 자사 기업의 이름과 제품을 직접 알릴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1일 국내 최대 규모의 쇼핑 축제인 ‘2020 코리아세일페스타’(줄여서 코세페)를 온‧오프라인에서 동시 개최했다. 행사는 약 2주간 진행돼 돌아오는 15일에 막을 내린다.

 

이번 행사는 코리아세일페스타 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정부와 전국 17개의 광역시‧도들이 참여한다. 특히, 올해는 코세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인 1천 633개의 업체가 행사에 참여해 많은 소비자의 주목을 받았다. 자동차를 비롯하여 의류와 가전, 화장품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대표소비재 제조업체들이 작년의 3배 가까이 코세페 행사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중소기업들의 뜨거운 열기에도 현장은 한산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다중시설에는 ‘백화점’이나 ‘아울렛’처럼 규모가 큰 시설도 포함이 되어 있다. 아무리 건물 방역을 잘한다고 한들 코로나19로 소비자의 발길이 끊긴 백화점 내부는 한눈에 보기에도 입점 브랜드 직원들이 고객들보다 더 많았다. 건물의 정문에 위치한 꽃집은 연신 언제 올지 모르는 고객을 위해 바닥을 쓸었다.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들 역시 ‘2020 코리아세일페스타’의 동참 의사를 밝힌 곳이 많았다. 1층 길목 곳곳에는 ‘2020 코리아세일페스타’와 홍보 모델인 ‘강호동’의 얼굴이 보였다. 아예 할인율이 높은 코세페 참여 품목을 매장 맨 앞쪽 부스에 빼놓고 손님맞이를 한 브랜드들도 여럿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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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점 1층 내부에는 2020 코리아세일페스타 홍보 포스터들이 길목마다 진열되어 있었다.  © 조지연 기자

 

다만, 이미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업체들이 너도나도 브랜드 정기·상시 세일을 남발하고 있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피로한 감이 없지 않았다. 패션·뷰티 브랜드의 경우 최대 XX%의 브랜드 세일을 남발하니 오히려 ‘정가를 주고 사면 손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현장에서 직접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온라인을 이용하는 손님이 많아진 것 역시 할인 기간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달라 발생하는 차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다. 

 

코세페에 참여한 업체들을 살펴보면, 1~2주 전에 진행했던 브랜드 할인 행사를 그저 연장한 경우도 많았다. 특히,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들의 경우 이미 50% 이상 할인이나 결제 금액당 할인쿠폰 제공 등 브랜드 할인행사를 서로 경쟁하듯이 매주 진행해 코세페에 참여했다고 해서 특별하다는 인상을 주지 못했다. 현장에서 코세페 참여 포스터가 붙은 로드샵 오프라인 매장을 둘러보니 그저 이름만 다른 행사처럼 느껴졌다.

 

그렇다면 야외에서 진행된 코세페 득템마켓 행사장은 어땠을까. 다행히 백화점 내부보다는 지나가는 시민들이 많았다. 행사장이 원래 백화점 뒤편인 동시에 상가들이 교차되어 있는 통행로여서 끊임없이 소규모의 인파가 있을 수밖에 없는 장소였다. 

 

거리에 길게 늘어져 있는 부스에는 중소기업들이 야심 차게 준비한 제품들이 소비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또 다른 한편에는 코세페 기간 중 생활 방역을 준수하기 위한 안내 판넬들이 세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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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마스팜 영농조합법인에서 제작한 문 320 전통주를 비롯하여 다양한 식품료를 현장에서 시식하거나 시음할 수 있다.  © 조지연 기자

 

판매를 맡은 업체 관계자들은 목소리를 높여 지나가는 소비자들에게 자사 제품을 홍보했다. 행복한 백화점 목동점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29개의 사회적 경제기업이 득템마켓에 참여했다. 지역도, 품목도 다양하다. 강원 지역의 용대2리주민백담마을영농조합법인, 전남의 아리랑팜, 경북의 ㈜경주제과, 부산의 ㈜착한세상, 제주의 제주천연염색협동조합 등이 자사에서 제작한 △황태채 △분말차류 △찹쌀부각세트 △천연염색 스카프 △전통주 △반려동물 간식 등을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품목이 다양하다 보니 야외 행사장의 부스는 지역별로 묶였다. 백화점을 나와서 왼쪽 부분은 전북 지역의 기업들, 그 옆은 강원 지역의 기업들, 조금 더 옆은 경북과 울산 지역의 사화적 경제기업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지나가면서 길게 놓여있는 부스를 한 바퀴 돌아보기에도 좋았다.

 

초콜릿을 비롯해서 김부각이나 전통주 같은 식품류는 현장에서 시식이 가능했다. 제품을 시식한 후에 구매를 원하면 할 수 있도록 소비자를 배려한 셈이다. 참가업체들은 또한 부스에 제품에 대한 설명을 주저리주저리 붙여놓기보다는 제품의 이름과 간단한 특징, 가격을 큼지막하게 표기하여 지나가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전통주의 특징을 주저리 설명하기보다는 ‘0(만든 재료)전통주, XX원’을 큰 글씨로 큼직하게 표기하고 그 앞에는 시음할 전통주를 배치해 소비자들이 먼저 다가와 시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초콜릿 한 번만 드셔보세요. 드셔보시면 풍미가 다른 것을 알 수 있어요.” 비교적 기호성이 높은 초콜릿은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쉽게 사로잡았다. 한편에는 다른 업체 제품을 살펴보는 소비자에게 “여기도 김부각 있는데 잠깐 와서 맛만 보고 가세요!”라고 외치는 업체 관계자의 호객이 이어졌다.

 

큰 목소리로 지나가는 소비자들의 시식을 독려하는 등 현장은 판매를 위한 기업 관계자들의 노력이 역력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길을 지나가는 이들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기 때문에 시식·시음에 선뜻 나서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았다. 거기에 칼바람이 부는 추운 날씨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요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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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득템마켓이 막을 연 4일에는 칼바람이 부는 추운 날씨로 인해 눈으로만 제품을 보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 조지연 기자

 

현장에 가서 본 2020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아쉬움이 많았다. 올해 참가한 업체가 코리아세일페스타 5년 역사상 가장 많다지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것은 소비자 또한 마찬가지인 데다가 ‘소비진작을 할인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슬로건 역시 요즘 트렌드와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할인율이 높은 제품만으로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엔 역부족인 게 요즘 추세다. 제품 자체가 재밌고, 독특하거나 제품과 관련한 행사의 스토리텔링이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2020 코리아세일페스타가 만들고자 하는 소비진작 캠페인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뉴덕트=조지연 기자]

뉴덕트 /
조지연 기자
jodelay@confa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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