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해도 너무 힙했던 고려청자 굿즈들

잊혀진 전통 디자인을 현대의 실용성에 이어붙이다

조지연 기자 | 기사입력 2020/10/16 [18:19]

힙해도 너무 힙했던 고려청자 굿즈들

잊혀진 전통 디자인을 현대의 실용성에 이어붙이다

조지연 기자 | 입력 : 2020/10/16 [18:19]
뉴덕트,신상품,신제품,출시,고려청자굿즈,국립박물관굿즈,고려청자,고려청자케이스,고려청자에어팟케이스,고려청자폰케이스

▲미미달과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콜라보로 출시된 고려청자 에어팟 이어폰 케이스. ©출처:미미달

 

지난 9월,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뮤지엄샵’ 홈페이지가 돌연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원인은 힙해도 너무 힙했던, ‘고려청자 굿즈들’ 때문이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전통제품 전문 디자인 브랜드 ‘미미달’과 함께 고려청자의 디자인을 베이스로 △스마트폰 케이스 △삼성 갤럭시 버즈 케이스 △애플 에어팟 케이스를 제작했다. 이 ‘고려청자 굿즈’들이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당시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뮤지엄샵’의 홈페이지 공지문을 통해 “주문량 급증으로 인해 홈페이지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면서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주문대란’을 방불케한 이 고려청자 굿즈들, 과연 어떤 제품들이었을까. 이번 굿즈들은 ‘고려청자 시리즈’로 묶인다. 고려청자는 옥을 대신해 흙으로 만든 푸른 도자기들을 의미한다. 미미달은 뮤지엄샵을 통해 “고려청자는 3세기에 값비싼 옥을 대신해 흙으로 만든 푸른 도자기에서 시작됐다.”면서 “‘고려청자를 매일 지니고 다닐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고려청자 케이스들을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뉴덕트,신상품,신제품,출시,고려청자굿즈,국립박물관굿즈,고려청자,고려청자케이스,고려청자에어팟케이스,고려청자폰케이스

▲미미달과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콜라보로 출시된 고려청자 케이스의 한 종류를 모아둔 연출 사진. ©출처:미미달

 

미미달에서 만든 고려청자 IT굿즈들은 크게 세 종류다. 하나는 고려청자 휴대폰 케이스요, 나머지는 삼성과 애플의 블루투스 이어폰 케이스들이다. 하나 같이 대한민국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필수품이 아닐 수 없다. 

 

‘고려청자에도 다양한 디자인이 있는데, 어떤 것을 사용했을까’ 궁금하다면,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청자상감국화문잔탁’과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유심히 들여다보자. 청자상감국화문잔탁은 청자 상감 국회 무늬의 잔과 잔 받침이다. 잔에는 국화 무늬가, 잔받침에는 국화 무늬와 연꽃잎 무늬가 촘촘하게 새겨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은 우리의 눈에도 친숙하다. 일반적으로 ‘고려청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바로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의 모습이다. 각종 교과서를 통해 대표적인 고려청자의 모습으로 널리 알려진 문화재다. 디자인은 일정 거리를 두고 학들이 그려져 있는 모양새다. 자세히 살펴보면, 원 안의 학은 하늘로 향하고, 원 밖의 학은 땅으로 향한다. 이 학들의 수는 총 69마리라고 한다.

 

뉴덕트,신상품,신제품,출시,고려청자굿즈,국립박물관굿즈,고려청자,고려청자케이스,고려청자에어팟케이스,고려청자폰케이스

▲비록 굿즈들에 상감 기법이 도입되지는 않았으나, 상감기법 특유의 문양은 그대로 재현했다. ©출처:미미달

 

고려청자가 유명한 이유는 두 문화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두 문화재 모두 섬세하게 그림이 조각되어 있는데, 이를 상감 기법이라고 부른다. 상감 기법은 금속이나 도자기, 목재 따위의 표면에 여러 가지 무늬를 새긴 다음 그 속에 같은 모양의 금, 은, 보석, 뼈, 자개 따위를 박아 넣는 공예 기법을 의미한다. 쉽게 설명하면, 청자 겉면을 얇게 판 다음에 조각한 모습에 잘 어울리는 백토나 자토를 홈들에 채운 것이다.

 

이번에 출시된 고려청자 굿즈들 또한 트레이드 마크인 상감기법이 돋보인다. 먼저, 휴대폰 케이스를 살펴보자. 고려청자 휴대폰 케이스는 갤럭시 S20 플러스와 아이폰11 프로 제품에 한해서 제작됐다. 9월이면 아이폰12가 나오기 전이고, 갤럭시 S20 또한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시기이니 가장 최신 스마트폰 두 개를 기준으로 고려청자 휴대폰 케이스가 제작된 셈이다.

 

고려청자 휴대폰 케이스는 2기종, 2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두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이유는 문화재 두 개의 디자인을 각각 적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흰색 디자인에는 고려청자 특유의 짙은 남색과 깨끗한 흰색이 어우러진 색 조합을 확인할 수 있다. 무늬는 ‘청자상감국화문잔탁’과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둘 다 적용한 듯하다. 전체적인 무늬는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케이스 윗부분처럼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청자상감국화문잔탁’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일명 ‘옥색’이라고 불리는 다른 스마트폰 케이스는 고려청자 특유의 느낌을 그대로 구현했다. ‘청자상감운학문매병’에 있는 무늬를 재현한 것뿐만 아니라 고려청자처럼 빛을 받으면 반질반질한 옥색으로 느껴지게 제작됐다. 

 

스마트폰 케이스와 같이 제작된 삼성 갤럭시 버즈 케이스와 애플 에어팟 케이스 역시 디자인은 동일하다. 블루투스 이어폰 케이스들 역시 매끄러워 보이는 겉면을 들여다보면 두 고려청자를 떠오르게 한다. 미미달에 따르면, 고려청자를 떠오르게 하는 이 색은 무려 8차에 걸쳐 100개 이상의 샘플링을 통해 구현한 것이라고 한다.

 

뉴덕트,신상품,신제품,출시,고려청자굿즈,국립박물관굿즈,고려청자,고려청자케이스,고려청자에어팟케이스,고려청자폰케이스

▲미미달과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콜라보로 출시된 고려청자 갤럭시 버즈 이어폰 케이스. ©출처:미미달

 

이제 고려청자 굿즈는 국립박물관을 대표하는 상품이 되었다. 고려청자 굿즈는 현재 네티즌들 사이에서 ‘국립박물관 굿즈’로 통용되고 있다. 어쩌면 그대로 잊혀질 뻔했던 고려청자 디자인은 현대의 실용성과 만나면서 과거의 누군가와 먼 미래의 현대인들 모두가 만족하는 아름다운 제품이 되었다. 

 

사실 매년 우리나라 일부 박물관들은 박물관을 대표하는 굿즈들을 제작하곤 한다. 다만, 주 고객을 외국인 혹은 아동으로 잡다 보니 실용적이라기보다는 △선물용 △관상용 △놀이·교육용으로 좋은 제품들이 더 많다. 이번 기회에 확실해진 것은 국내 소비자들이 가졌던 전통문화 굿즈에 대한 아쉬움이다. 

 

‘고려청자 굿즈들’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실용적’이라는 이유가 있었다. 그전까지의 굿즈들은 대부분 ‘저게 소장용으로는 예쁘긴 한데, 쓸 일이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드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번에 출시된 고려청자 굿즈들은 일상 속에서 무던히 사용할 수 있는 케이스 제품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굿즈 제작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전통문화 디자인이 어떻게 현대 사회에 스며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고려청자 시리즈’를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린 일등공신 ‘미미달’은 올해 말에 단청 디자인을 살린 단우산과 장우산을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우산을 쓰고 있으면 마치 단청이 있는 지붕마루 밑에 있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니, 다음 상품이 기대될 수밖에 없다. 전통문화 디자인을 살린 미미달과 이색 콜라보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걸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뉴덕트=조지연 기자]

뉴덕트 /
조지연 기자
jodelay@confac.net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
광고
인기기사 목록